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雪光峰道 峰壽山 임도: 산을 가르며 걷는 하늘 길

by norobot 2025. 1. 15.

설광봉도는 충청남도 아산, 천안, 공주, 예산 지역의 네 개의 산을 연결한 총 거리 40km의 걷기 여행 코스다. 설화산, 광덕산, 봉수산, 도고산의 앞 글자를 따 '설광봉도'라 이름 붙여졌다. 각 산의 정상을 경유하지 않고 산 중턱 임도를 따라 넓은 산세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 둘레길 코스다. 네 개의 산을 모두 연결하는 길의 모양이 알파벳 V와 비슷하여 V루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소나무 숲을 거닐며 사찰로 가는 길

산자락에 인접한 지풍골은 평범한 시골 마을 같지만, 큰 주차장이 있어 특이하다. 이곳은 봉수산 등산로와 아름다운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봉곡사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계속되는 산길을 오르면, 봉곡사로 가는 내내 펼쳐진 소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옅은 안개가 감도는 소나무 숲에 들어서자, 이른 아침 내린 비로 젖은 풀과 소나무에서 상쾌한 향기가 퍼져 나온다. 아련한 안개 속, 굵고 붉은 기둥을 가진 소나무가 빽빽하게 하늘을 덮은 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몇 분간 소나무 숲을 걷다 보면 봉곡사 건물이 가까워지며 ㅓ자 모양으로 길이 나뉜다. 여기서 임도 조성 내용이 적힌 머릿돌을 찾을 수 있다. 머릿돌이 있는 임도 입구로 방향을 틀면, 여전히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정자가 기다리고 있다. 주차장에서 걷기 시작한 후 처음 만나게 되는 정자 쉼터다. 앞으로 각흘고개까지는 비슷한 모양의 정자 쉼터 7개가 차례차례 등장한다.

봉수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를 지나 임도만 따라 걷는다. 어느새 소나무 숲이 걷히며 하늘이 트인다. 몇 걸음 만에 계절이 바뀐다. 붉은 소나무 기둥과 잎으로 뒤덮여 가을이었던 세상은, 시야가 트이자 곳곳에 쌓인 흰 눈이 보인다. 순식간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온 듯하다.

산중턱을 따라 선명하게 뻗은 임도 위로 머리 위 하늘에는 낮게 깔린 먹구름이 천천히 흐른다. 한참을 더 가면 소나무 숲과 같은 모양의 두 번째 정자 쉼터를 만나게 된다.

충청도 설광봉도 설화산, 광덕산, 봉수산, 도고산 여름

마을 입구에서 임도로 향하는 갈림길들

뽀드득 눈 밟는 소리와 옅은 안개가 낀 길 아래 풍경, 차고 맑은 공기, 한동안 변화 없이 계속되는 길이 이어지다가 세 번째 정자 쉼터를 만난다. 볕이 잘 드는 동쪽이어서 길과 산비탈의 눈이 모두 녹아 있다.

10여 분을 더 가면 각흘고개까지 6.6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비슷한 풍경을 따라 40여 분 걸으면 약수암과 마을 방향의 갈림길에 도착한다. 드문드문 집들이 있는 길 아래 마을이 반갑지만, 마을로 들어가기도 전에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약수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마을 쪽으로 내려가다 각흘고개를 알리는 이정표와 만나면 오른쪽 임도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언덕 아래 마을이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면 갈림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정표가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넓이의 길이 양쪽으로 나뉘는데, 왼쪽으로 가면 무덤 있는 곳에서 길이 막히므로 오른쪽 오르막길로 가야 한다. 이후에도 비슷한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역시 오른쪽 오르막길을 선택하면 된다. 네 번째 정자 쉼터가 나와야 제대로 된 길이다.

걷는 내내 하늘 위를 천천히 흐르던 먹구름이 비를 흩뿌리기 시작한다. 길 아래 겹겹이 쌓인 산등성이에는 뽀얀 띠가 진하게 피어오른다. 안개가 산의 주인인 것처럼 어우러진 풍경이다. 산 서쪽 임도로 접어들자 길에는 다시 흰 눈이 눈부시게 쌓여 있다. 비탈을 따라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한 번 등장할 뿐, 산허리를 도는 임도는 같은 분위기를 유지한 채 계속 이어진다.

다섯 번째 정자 쉼터에 도착하면 각흘고개까지 약 2.6km가 남았다.

아산과 공주의 경계, 각흘고개

산 아래로 내려가듯 잠시 내리막이 나온다. 볕 잘 드는 주변 땅이 밭으로 일궈져 있고 컨테이너 집이 보인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작은 농장이다. 완만한 언덕을 오르니 여섯 번째 정자쉼터가 기다린다.

잎이 떨어진 나무들 사이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39번 국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걸을수록 국도를 지나는 차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그린다.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음을 금세 느낄 수 있다. 각흘고개가 어느새 가까워졌다. 임도의 마지막 정자 쉼터를 지나면 국도에 다다른다.

봉수산 주차장에서 8.8km를 걷고 걸은 끝에 아산시와 공주시의 경계인 각흘고개에 도착했다. 이 고개의 주변 지형은 누워있는 소를 닮았다 한다. 고개 마루는 소의 뿔에 해당하므로 각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국도를 건너 오른쪽으로 가면 설광봉도 광덕산 구간을 이어갈 수 있는 임도 입구가 있다.

설광봉도 봉수산 구간은 이곳 각흘고개에서 끝난다. 책에 소개된 17.6km는 각흘고개에서 출발 장소인 봉수산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구간 왕복거리이다. 출발 장소였던 봉수산 주차장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면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각흘고개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아산 온양 온천역과 공주 유구터미널을 오가는 버스가 있다.

남은 길

설광봉도는 산을 따라 다양한 풍경과 경험을 제공한다. 걷는 내내 각기 다른 풍경과 정자 쉼터에서의 휴식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각흘고개를 지나 광덕산 구간으로 이어지는 길은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낮아지는 고도와 변화하는 숲의 밀도는 계속 걸을 동기를 부여한다. 설광봉도는 이렇게 다양한 풍경과 느낌의 길들이 모여 완성된 여행 코스를 제공한다. 40km를 걷고 나서도 이 길은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길로 남는다.

댓글